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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RAPHY

자연을 찾아서 - 김복영

석운문화재단
2025-01-08 09:19 27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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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찾아서: 河泰瑨寫景

 

김복영

미술평론가

 

일반적으로 석운 하태진의 실경양식은 철저한 사경을 기조로 하면서도 발묵과 파묵의 적절한 교차 그리고 생략과 여백의 의도적인 설정을 통해 사경을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제 부분을 비교적 정갈하게 포치하면서도 그 밖의 불필요한 부분들은 톤의 변화를 고려하면서 대담하게 발묵효과에 의해 처리함으로써 생략과 여백을 동시에 포용할 뿐만 아니라 개성적이고 특유한 윤곽이 지니는 구조적 특성을 아울러 포착하고 있다발묵에 의해 대범한 생략을 시도하는 한편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개천이나 폭포에 가까운 실개천이 파묵에 의해 화면에다 생명의 약동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도입되는 등 거의 석운 하태진 그 자신의 오랜 양식적 탐험의 결실에서 비롯된 창안이 크게 두드러지는데 그가 추구하는 사경양식이 지니는 대체적인 방법론은 사물을 대담한 骨法에 의해 재구성하면서 최대의 생략과 요양을 기초로 한 발묵과 파묵의 변주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더라도 인간의 생각과 산하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물상으로 남으리라. 우리 세대들이 자기의 내면세계를 얼마만큼 충족시킬 수 있고 그 결과 그러한 심정으로 자연으로 나아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엄격한 판단에 의해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을까. (필자의 글 중 일부)

 


위에 의하면 석운 하태진의 자연귀의는 변화하는 것들 가운데서 불변하는 것을 탐하고 지향하려는 데서 이루어졌다. 말하자면 영원한 물상으로서 자연을 확인하고자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연을 인식하는 정신적 주체로서의 생각’, 마음까지도 탐구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였다는 것이다결국 그가 도달하고자 한 자연은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맞닿는 한에 있어서 순수한 자연’, 나아가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자연을 포착하고 탐색할 것을 하나의 필생의 과제로 삼아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과제를 청전으로부터 물려받았던 것이다여기서 자연귀의는 잘못하면 자연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어쩌면 낡은 발상이 아니겠느냐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자연이 불변적인 것이라고 생각될지라도 그것을 불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늘의 사유체계를 여과하지 않는 한 그러한 생각은 어쩌면 예스러운 것을 그대로 따르는 맹목적인 신념과 다를 없을 듯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운 하태진은 자연을 오늘의 세대들이 냉정하게 간직해야 할 엄격한 판단에 위임함으로써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여지가 있고 더 나아가 이러한 여지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하게 증대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내면세계를 얼만큼 충족시킬 수 있느냐하는 심정으로 자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이렇게 해서 그려내고 또한 도달하고자 하는 자연은 여전히 순수한 자연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는 최종적으로 그가 체험하고 그리고자 하는 우리의 산하를 이처럼 순수한 마음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귀의하고자 하였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그의 방법론은 이러한 시각에서 이루어졌고 이 방법론이 그의 근작들에 일관된 양식적 규범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에 의하면 그는 스승 靑田 李象範을 결코 답습한 것이 아니라 단지 스승의 을 출발점으로 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청전 이상범이 心田 安中植 문하에서 익힌 남종화의 기법을 한국적 진경산수화의 천착에 투자한 업적은 높이 평가되고 있지만 이점은 오늘의 한국화 세대들이 극복해서 그 다음의 단계로 도약시키지 않으면 안 될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석운 하태진은 이 점을 익히 이해하고 있는 바 그의 대담무쌍한 방법론적필묵의 이모저모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해 앞에서 기술한 그의 작품적 특징, 요컨대 사경양식의 제 특징적인 편린들은 그가 자연귀의를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족적의 것들이라 해도 좋을 듯 싶다.

 

출처: 石暈 河泰瑨(明立美術, 1997), pp.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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