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暈의 예술세계 - 오광수 > 평론

본문 바로가기

BIOGRAPHY

石暈의 예술세계 - 오광수

석운문화재단
2025-01-08 09:17 137 0
  • - 첨부파일 : 1_石暈의 예술세계_오광수.hwp (91.5K) - 다운로드

본문

石暈의 예술세계

 

오광수

뮤지엄 산 관장

 

동양화를 전통적 양식으로 볼 것이냐, 현대적 조형 표현으로 볼 것이냐 하는 관점에 따라 그 가치 기준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대체로 오늘날 동양화단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통적 양식으로 보려는 관점은 지나치게 과거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나머지 복고적 취향에 기울어지는 위험이 있으며, 현대적 조형표현으로 보려는 관점은 동양화로서의 양식적 특성을 과감하게 벗어나야 된다고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종래는 동양화 고유의 이미지를 잃게 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른바 보수적인 경향과 진취적인 경향의 대립은 어느 사회, 어느 분야에나 있음직한 현상이나, 우리의 동양화의 경우 그 갈등은 자못 심각한 듯 보인다.

특히 50년대 이후, 밖으로부터 밀려오기 시작한 새로운 미술사족의 급급한 파급양상은 어제의 것과 오늘의 것에 대한 보다 행복한 융화를 이룰 상황을 배제해버린 요인이 되었다. 어제의 것은 더욱 어제의 것으로, 오늘의 것은 더욱 오늘의 것으로 경직화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동양화가 동양인 고유의 정신 유산이라는 점에서는 그 양식적 특성에 대한 가치가 아직도 우리에겐 중요한 의미로 남아있으며 현대의 생활구조와 인간감정 등 급격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선 새로운 사조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태도가 요구되어 지기도 한다. 사실 어느 하나에 치우쳐 버린다는 것은 똑같이 어느 하나의 진실을 포기해 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 작가 가운데 이들보다 투철히 의식하여 어느 일면에만 경도되지 않는, 동양화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들 나름의 고민과 모색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동양화가 우리 고유의 양식이라는 점에선 상당히 보수적인 경향을 지니지만, 그것이 오늘에 남을 수 있는 양식으로서는 마땅히 현대적인 감성의 해석이 뒤따라야 된다는 중용적 태도를 내보이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어느 한편으로만 경도되어지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힘 없이 동양화의 내일을 조심스럽게 내다볼 수 있는 하나의 통로를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태도를 지니고 있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석운 하태진을 들 수 있다. 그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두고 동양화가 당면한 문제를 숙고해오면서 자기 나름의 모색의 여정을 지속시켰다. 그의 비교적 초기 작품이나 최근작들 맥락이 되고 있는 바 산수의 현대적 해석 방법은 모색의 꾸준함을 내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하다.

초기의 그의 작품은 대상을 대담한 減筆法으로 파악해가는 直情的인 표현세계를 보여주었다. 기법상에서는 전래의 破墨法을 사용하면서도 그 구도나 표현의 감각은 다분히 새로운 조형 방법의 援用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은 곧 전통에 발판을 두면서도 거기에 사로잡혀 양식적 유물로 타락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해 보이므로 현대적 조형방법에 이르고자 하는 의식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직정적인 대상 파악의 초기 과정을 지나자, 표현의 우연적인 효과와 이를 적절히 컨트롤해 가려는, 일종의 遠隔 조정의 방법을 구사하기 시작하고 있다. 일정의 묵이 스며들 수 없게 하는 부분과 스며드는 부분과의 미묘한 융화를 시도한 표면에 산수의 전체적인 윤곽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시각은 보다 분명한 사실성을 지키면서 세부의 표현은 때로 극히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효과에 떠맡기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의식과 재질감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표현의 적절한 조절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출처: 石暈 河泰瑨(明立美術, 1997), pp. 216-217.

 

게시판 전체검색